독후감을 싫어하는 아이에게 먼저 필요한 것은 따로 있었습니다
독서·논술 수업을 하면서 학부모님들께 가장 자주 듣는 이야기 중 하나가 있습니다.
"선생님, 우리 아이는 책 읽는 건 괜찮아하는데 독후감 쓰는 건 너무 싫어해요." "숙제로 독후감을 써야 하는 날이면 한숨부터 쉬어요." "몇 줄 쓰다가 결국 엄마가 도와주게 돼요."
처음에는 글쓰기를 싫어하는 아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아이들을 만나 보면 문제는 글쓰기 자체가 아니라 다른 곳에 있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독후감을 싫어하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많은 부모님들은 책을 읽었으니 자연스럽게 독후감도 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독후감은 단순히 내용을 적는 일이 아닙니다. 읽은 내용을 떠올리고,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그것을 문장으로 표현해야 하는 복합적인 과정입니다.
어른인 우리도 갑자기 책 한 권을 읽고 감상을 정리하라고 하면 쉽게 써지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아이들에게는 더욱 어려운 일이 될 수 있습니다.
실제 수업에서 만난 한 학생의 이야기
한 학생은 책 읽기를 좋아하는 편이었습니다. 일주일에 여러 권씩 읽을 정도로 독서 습관도 잘 형성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독후감만 쓰려고 하면 책상 앞에서 오랫동안 첫 문장을 시작하지 못했습니다. 결국 어머님께서 옆에서 내용을 정리해 주거나 문장을 만들어 주는 일이 반복되었습니다.
상담 당시 어머님은 "책은 좋아하는데 왜 글쓰기를 이렇게 힘들어할까요?"라고 물으셨습니다.
수업을 진행하면서 알게 된 것은 아이가 책 내용을 모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생각을 꺼내는 경험이 부족했다는 점이었습니다.
아이에게 먼저 필요했던 것은 독후감이 아니었습니다
처음부터 긴 독후감을 쓰게 하는 대신 아이와 함께 책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습니다.
- 어떤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았니?
- 주인공은 왜 그런 선택을 했을까?
- 너라면 어떻게 했을 것 같아?
- 읽고 나서 어떤 기분이 들었니?
처음에는 짧게 대답하던 아이가 점차 자신의 생각을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말로 표현할 수 있게 되자 글로 옮기는 것도 조금씩 쉬워졌습니다.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표현의 경험이었습니다
많은 아이들은 생각이 없어서 글을 못 쓰는 것이 아닙니다. 생각을 표현해 본 경험이 부족할 뿐입니다.
그래서 저는 독후감보다 먼저 대화가 필요하다고 느끼게 되었습니다. 아이의 말을 충분히 들어 주고, 정답보다 생각을 존중해 주는 과정이 글쓰기의 시작이었습니다.
부모가 가장 많이 하는 실수
아이가 힘들어하면 부모는 빨리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생깁니다. 그래서 내용을 정리해 주거나 문장을 대신 만들어 주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아이는 자신의 생각을 스스로 정리할 기회를 잃게 됩니다. 조금 느리더라도 아이가 스스로 말할 시간을 기다려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독후감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감이었습니다
아이들이 글쓰기를 좋아하게 되는 순간은 잘 썼을 때가 아니라 자신의 생각이 인정받았다고 느낄 때였습니다.
한두 문장이라도 스스로 쓴 글을 칭찬받고,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으면 글쓰기에 대한 부담도 점차 줄어들게 됩니다.
마무리
독후감을 싫어하는 아이에게 먼저 필요한 것은 더 긴 글쓰기 연습이 아니었습니다. 아이의 생각을 들어 주는 시간, 자신의 말을 표현할 수 있는 경험, 그리고 기다려 주는 부모의 마음이었습니다.
글쓰기는 하루아침에 완성되지 않습니다. 조금 느려도 괜찮습니다. 아이의 생각을 믿고 기다려 주는 과정 속에서 표현의 힘은 천천히 자라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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